2002년 11월 6일 베시사하르(Besisahar 760) - 바훈단다(Bahundanda 1,310) 11:30 - 17:30  맑음

아침 6시.  토요타 6인승.  어제 저녁 소개받은 가이드 왕추가 포터 한 사람을 데리고왔다.  어둠 속 출발.  카트만두를 벗어나자 북쪽 능선 넘어 멀리 랑탕의 설봉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그 모습을 드러낸다.
길옆 마을엔 공동 수도가 차 다니는 길 가에 있고 아저씨도 아주머니도 꼬마 아이들도 아침 일찍부터 수돗가에서 몸을 씻는다.  아마 그 수도는 부근 산에서 끌어 온 것이리라. 남자들은 속옷 한 장 바람으로 씻지만 여자들은 옷을 모두 입고 씻는다.  아침 일찍부터 무리지어 타고 갈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대중교통이 턱 없이 모자라므로 지나가는 차에 편승하려고 애들을 쓴다.  아이들은 대부분이고 울긋불긋 잘 차려입은 아주머니들도 약30프로는 맨발이다.  맨발로 차 먼지를 뒤집어 쓰며 어디로 가는지.
베시사하르에 닿으니 아직 오전 10시 50분.  내친김에 불불레까지 차를 탈까하고 가이드 왕츄는 이곳저곳에 물어보지만 길은 있으되 많이 손상되어 갈 수가 없단다.  우선 점심을 해결하러 길옆의 롯지겸 식당으로 들어간다.  토롱 라(Thorong La) 게스트 하우스.  마을을 지나가는 아스팔트 포장길 옆이다.  Vegitable Fried Rice, Egg Fried Rice 낯익은 이름에 선뜻 Veg. Fried Rice를 시켜보지만 목이 메어 밀크티를 무려 넉잔이나 곁 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이 곳 사람들이 많이 마신다는 밀크 티는 홍차에 야크 우유를 넣은 것으로 입 맛에 맞는다.
산 아래 약간 높은 대지 위에 자리한 베시사하르는 우리 농촌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곳.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에는 저 멀리 아래 소를 데리고 밭일을하는 농부들의 소리가 들리는 소리의 전부이다.

 
<한적한 베시사하르 토롱 라 게스트 하우스 앞에서 본 들 판>

게스트 하우스를 뒤로하고 따뜻한 햇살 속으로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새벽에 차 떠나기 전 컴컴할 때 느닷없이 만나 수인사도 하지 못했던 포터 쟝부에게 인사를 건넨다.  28세.  애기는 둘. 집은 카트만두에서 차도 타고 걷기도 하고 이틀 걸린다는 3,000 고지.  말 없고 수줍어 하지만 성실하겠다. 희망은 원정대 쿡(조리사).  기온은 20 몇도는 되는 듯 약간 덮다.


<거대한 보리수 나무. 네팔에는 우리 느티나무같이 마을 곳곳에 보리수가 있다>


<길가에서 처음 보이는 마르상디 강>

어제밤 잠을 잔 카트만두가 이미 고도 1,300이니 이 낮은 고도에서 천천히 갈 이유가 없으나 가이드 왕추가 내 걷는 속도를 알 리가 없으니 우선 나디(Ngadi)까지 가 보기로 한다.  땀은 많이 나지만 공기가 건조하기에 가끔 차를 마시며 쉬는 것으로 별 문제는 없다.  나디 도착 15:30.  이 정도면 바훈단다까지 해 볼만도 하겠다. 


<나디 나오면서 건너는 흔들다리. 아래를 내려다 보면 오금이 저린다>

걷는 산길은 소,당나귀 배설물로 포장이 되어있고.  처음엔 냄새에 질리다가 맨발로 잘 다니는 이곳 사람들을 보면서 속 좁은 나를 불쌍히 여긴다.  강물은 뽀오얀 푸른색, 굉음을 울리며 저 아래 굽이쳐 흐른다.  강 양쪽의 능선 높이는 한 500은 되겠다.
17:30 이미 어두운 바훈단다 도착.  산 위의 마을.  바훈(=브라만)들이 사는 곳.  도착 직전 약 300 몹시 치고 오른다.  마을 가운데 공터에는 서양인 트렉커들이 오글 거리고 왕추가 잘 안다는 티벳탄 호텔에 여장을 푼다.  반갑게 맞는 한국 아가씨.  카트만두의 같은 민박집을 나 보다 하루 먼저 떠나 천천히 이틀만에 여기까지 올라 온 부산 아가씨(36세 처녀).  동양인은 마을 전체에 우리 둘 뿐.  반가운 마음에 식사 후에도 한참 앉아 수다를 떤다.  한국에서 가져 온 면 수건이 냄새가 나고 잘 마르지 않는다는 말에 내게있던 기능성 수건 (이만원 짜리)을 반 잘라서 주었다.  10시 취침.


<다음 날 아침 티벳탄 호텔 앞에 선 부산 아가씨>
 

 2002년 11월 7일  바훈단다(Bahundanda  1,310) - 딸(Tal  1,700)  07:25 - 16:50  맑음

티벳탄 호텔(?)의 방 크기는 2.2m x 1.8m로 침대가 둘인 소위 트윈 룸이다.  옷 걸어놓을 못 하나 없다.  엉성한 나무 판자 벽 저쪽에 옆 방이 있으니 그 이상한 말 쓰는 친구는 나와 나무판자 하나 사이다.  그 친구 숨소리, 자면서 꿍얼거리는 소리가 또렸이 들리니 내 소리 또한 그러하겠지.  다행히도 벽,천장,문 모두 틈이 나있어 환기 하나는 끝내 준다.  07:25 바훈단다 출발. 아침엔 싸늘하다.
이럴 수가!!!  어제 저녁 진땀 빼며 올라온 수백 미터를 그대로 까먹는 것 아닌가.  내려가면 그만큼 올라야 한다는 진리를.  멀리 산 비탈엔 계단식 논이 이 곳 삶의 고달픔을 알려준다.


<뒤 돌아 본 바훈단다. 계단 논 위 실같은 길 따라 산 위에 있음>


<산 위의 밭, 옥수수 저장 시설>


<마르상디 강의 소수력발전소>


<길가 찻집 옆에 예쁘게 핀 포인세티아>

참제(Chamje  1,430)지나 딸 가까이 가니 길은 급경사로 되고 갑자기 마르상디 강이 조용해 진다. 양쪽 산에서 쏟아져 내린 거대한 바위들이 강을 완전히 덮어 버리고 강물은 그 아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급경사 길로 고도 약 400을 호되게 올라서니 넓은 강 유역이 나타나고 저 멀리 강 옆에 그림같이 자리잡은 딸 마을이 보인다.


<딸 마을이 위치한 마르상디강 유역>


<딸 마을 입구의 Kani>

유유자적 흐르는 마르상디 강옆 마을 끝에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  자가발전이니 밤 9시면 소등이다.  이것을 모르고 소등직전 화장실에 갔다가 소등이되고 문이 모두 잠겼다.
 

 2002년 11월 8일 딸(Tal  1,700) - 차메(Chame  2,600)  07:30 - 16:35   맑음

아직 여행에 적응이 안 되어서인지 간 밤에도 자다깨다 하다가 드디어 못 참고 새벽 05:30에 기상, 마르상디 강변으로 산책을 나간다.  강변에는 그림같이 서 있던 당나귀들이 갑작스런 이방인의 출현에 방울을 떨그렁거린다.  뿌연 석회수 물은 차지 않다.  멀리 산 넘어 북쪽 봉우리에 아침햇살이 호텔 뒤에는 능선에서 바로 떨어지는 실폭포.



아침 6시, 돌아와 보니 왕추도 쟝부도 호텔 주방 아줌마도 아직 자는 눈치다.  갈 길이 먼데 06:30에 예약한 아침은 어쩔려구 ?  조금 수선을 떨기로 마음먹고 가이드,포터들이 자는 방에 큰 소리로 불러댄다.  주방 아줌마가 황급히 나오면서 미안한 눈치다.  나두 미안타구요 아줌마.

작은 마을에 들러 착하디 착하게 생긴 아줌마가 파는 귤을 사먹고 차도 마신다.  이곳 마을에는 어디에건 귤 나무가 있는데 껍질이 얇고 단단한 것이 약간 시기는하나 맛이 진하다.  돈이 없으니 비료, 농약을 줄 리가 없는 완전 무공해.  한 개에 2루피(34원).  양껏 먹고 또 배낭에 넣어간다.  화장실 생각이 나서 찾으니 몰려있던 동네 사람들이 산 쪽을 가리킨다.  올라가면 어딘가에 있으려니하고 산 쪽으로 찾아 오르는데 갈수록 경사가 급해지고 잡풀이 많아 도저히 안전하게 일 보기는 글렀다.  포기하고 내려오는데 아마도 이 사람들 나를 계속 보고 있었는지 낄낄 웃는다.  이 고오연~ 네팔의 산골 촌에서 그 냄새를 못 맡는 이유를 알 것같다.  원래 이 사람들은 화장실이라는 것을 아예 만들지 않는다.  즉, 사람의 배설물을 재활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하니 모아 놓을 이유도 없다. 산에서 일 보고 흙으로 덮어놓으니 냄새가 날 일이 없다.  일 끝난 후 몸은 어떻게 깨끗이 하는가는 알아내질 못 했다.  그 까짓것 모르면 어때.  다 그런거지.

바가르�R(Bagarchp  2,160).  갑자기 능선 넘어로 람중히말과 안나 II 봉이 나타난다.
<좌 람중히말(Lamjung Himal 6,932, 물탱크 위 안나푸르나 II (7,939)>


<멀리 포터 쟝부 가까이 가이드 왕추>

다나규(Danagyu 2,300)에서 점심으로 티벳 빵을 먹는다.  안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기름에 튀겨 부풀린 밀가루 빵.  꿀과 잼은 병째로 무제한이다.  몸이 피로하니 듬뿍 듬뿍 발라 먹는다.  그러나 빵 두 개를 먹기는 어렵다.

다나규를 벗어나자 두 갈래 길.  우측은 옛길인데 산사태가 난 곳, 좌측은 능선 꼭대기로 우회 길. 수 백미터를 올라갔다 내려와야하고 시간도 한시간 반은 더 걸린다고.  우리는 빠른 산사태 길을 택한다.  머리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집 채같은 바위들, 자칫 발 아래가 무너져 내리면 수백 미터 강 속으로.  먼저 건너간 나와 왕추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포터 쟝부가 산사태 지역을 통과하는 것을 지켜 보았다.  내 짐 15키로에 자기 짐 7키로를 머리띠로 지고 엉성한 슬리퍼(죠리)를 신고 잘도 해 낸다.

9 시간 동안 고도 900을 올리는 힘든 산행 끝에 차메에 도착한다.  16:30  이미 산 동네에는 해가 지려하고 기온은 뚝뚝 떨어져 입김이 보인다.  샤워는 이미 포기했고 빨래도 안 되겠다.


<차메 가까이 고사목 위의 가마귀>

식당에서 주문한 저녁을 기다리는데 추워서 내 식탁에서 불을 쪼이고 있던 쟝부에게 식당 주인이 다가와 조용히 무어라고 말하니 쟝부는 아무 말없이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왕추 말이 포터들 식사하는 곳이 따로 있다고.  식당 주인이 내 보낸 것이다.  카스트 제도가 그대로 살아있는 나라다.  마음이 참 안됐다.
하늘엔 별이 가득하고 기온은 더 떨어진다.
 

 2002년 11월 9일 차메(Chame  2,600) - 피상(Lower Pisang  3,200)  07:20 - 15:00  맑음

<아침 햇살의 좌측 람중히말(6,932), 가운데 안나푸르나 IV(7,525), 우측 안나푸르나 II(7,939)>

<람중히말>

차메는 큰 마을이다.  마을에 이제껏 보지 못했던 가게들 책, 장난감, 카셋트 테이프, 약방 등이 티벳 전통 민예품과 길가 찻집 등과 섞여있다.  약방에는 여성용 생리대도 있다.  다만 이 곳 사람들이 사서 쓰기는 어렵고 주로 외국인 트렉커들이 고객이란다.


<탈레큐(Thaleku  2,720) 마을 입구의 마니스톤>

인도계 아리안 인종과 티벳계 몽골리안 인종이 대부분인 네팔은 동,서로 긴 나라이다.  그 중 북쪽 히말라야 산악 지방에는 주로 티벳계 몽골리안들이 산다.  이들은 아리안들과는 달리 우리와 비슷한 모습이고 매우 순박한 성품을 지녔다.  이 길을 따라 외국인 트렉커들이 몰려온 지 수십년이고 그 트렉커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 기간도 짧지 않은데 아직도 그렇게 순박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길가의 찻집 아줌마도 그렇고 롯지의 주인장 아저씨도 그렇다.  평온한 얼굴에 사악한 구석이 보이질 않는다.  그 곳에서 롯지를 운영한다면 상당한 부자축에 드는 것이 분명할텐데.

지난 사흘간 고생한 덕분에 예정보다 이틀을 벌었다.  이제 부터는 고도가 높으므로 이제껏과는 달리 될 수 있으면 천천히가 목표가 되었다.  이틀의 여유가 사람을 이렇게 편안하게 하다니.  그 동안 나를 괴롭히던 엄지 발가락 물집은 그대로 말라 붙었다.

차메 출구의 카니를 지나니 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고 날씨도 걷기에 적당하여 오늘 산행은 그리 어렵지 않겠다.  이제 나무는 활엽수가 사라지고 대부분이 잣나무, 향나무들이다.
브라탕(Bhratang)에서 길가 식당에 부탁하여 가져 간 라면을 끓여 먹는다.  이 곳 식당이나 롯지들은 외국인이 부엌에 들어오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나 같은 네팔인 들 끼리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내 라면은 왕추가 식당에 양해를 구하고 쟝부가 부엌에 들어가 냄비를 빌려 끓여 주었다.


<겁나게 깎아만든 바윗길의 왕추>

산 속의 아가씨 자매가 하는 찻집에서 차도 마시며 쉰다.  이 아가씨들 집은 피상이며 매일 아침 이 곳에 올라와 장사를 하고 저녁에 내려간단다.  일이 있으면 일어나서 일하고 끝 나면 손님이 있건없건 가게 밖 양지쪽 땅 바닥에 그냥 누워 낮잠을 잔다.


<자매 찻집>

두쿠레부터 강 북쪽은 거대한 바위벽.   강 바닥부터 1,500쯤 되는 거대한 스�N이 약 4키로 계속된다.
<펑다단다(Paungda Danda)의 바위 벽>

15:00 아래 피상(Lower Pisang) 도착.  북쪽 능선 뒤의 피상봉이 눈 부시다.

<피상봉(Pisang Peak  6,092)>

피상봉은 트렉킹 피크로서 현재 네팔 정부가 트렉커들에게 개방한 트렉킹 피크 중 하나다.  즉, 비싼 원정대 입산료를 물지 않고도 등정할 수가 있다.  단, 고도가 높으므로 항상 눈이 있고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고 한다.

해가 떨어지자 기온은 곤두박질 쳐 옷을 껴입는다.  두꺼운 남방위에 Fleece, 그 위에 윈드 스톺퍼를 입고도 만만치가 않다.  머리에는 겨울용 모자를 항상, 잘 때에도 쓰고 있어야 한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모두들 식당에 앉아 난로를 쬐며 시간을 보낸다.  충분히 소화를 시키고 자야하고 잠 시간은 짧게 해야한다는 고소증 예방수칙 때문이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며 왕추가 내 방으로 홍차를 큰 보온병으로 배달시킨다.
 

 2002년 11월 10일 피상(Lower Pisang  3,200) - 마낭(Manang  3,540)  08:40 - 15:00  맑음

아침에 일어나니 창밖으로 출루봉이 빛난다.  히말라야의 푸른 하늘이다.  기온은 영하 5도.  아침 세수는 벌써부터 생략이다. 가져 온 물 휴지로 쓱쓱하고는 끝.  잠 자기 전 발 씻는 것도 마찬가지 물 휴지로 발가락 사이를 정성들여 문지르고는 끝.  집에서 연습한 대로다.  그런대로 견딜만 하다. 아침에 물 휴지 한 장, 저녁엔 두 장이다.

 
<출루 東봉(Chulu East  6,558)>


<출발 준비에 바쁜 트렉커들>

마을 길에 내려서니 곳곳에 얼음판 이제는 미끄러 넘어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좌,우 엄지, 검지, 중지 여섯 손가락 끝이 딱딱하게 굳어 손톱과 떨어지면서 손톱 밑이 아프다.  잘 못 어디엔가 정통으로 부딛치는 날엔 자지러지게 아프다.  그러나 하늘은 쾌청이라 상쾌함이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천천히, 천천히를 되뇌이면서 마낭을 향하여.  긴 침엽수 숲을 지나 고개 위에 올라서니 거대한 마낭계곡이 눈 앞에 펼쳐진다.  게곡 가운데는 비상시에만 쓰인다는 홍데 비행장.  작은 비행기만 뜨고 내릴 수 있다.
<노르다라 고개에서 본 마낭 계곡, 홍데 비행장(가운데 네모) 좌측 틸리쵸(Tilicho  7,134)>

넓고 평평한 마낭 계곡을 가로질러 홍데 비행장으로.  바람은 싸늘하나 햇살이 쏟아진다.  평평한 땅엔 곳곳에 작은 시내를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  잘못 떨어지는 날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겠다. 홍데 비행장 옆 햇볕이 잘 드는 롯지에서 점심식사.  미인인 모녀가 음식 솜씨도 좋아 이곳에서 처음으로 정말 맛있는 볶음밥과 카레를 먹는다.  집 벽에 붙은 사진을 보니 해외 나들이도 하는 모양이다.  이 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나가는 스페인 부부 트렉커에게 말을 건다.  지금 6개월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를 거쳐 네팔에 들어왔단다.  한달 생활비가 U$100.- 이라고.  자기들은 현지에서도 제일 싼 재래시장에서 음식 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를 하고 잠은 현지인들이 자는 숙소에서 자든가 아니면 집 헛간에서 침낭을 펴고 잔단다.  홍데 비행장을 지나니 그나마 있던 침엽수도 듬성듬성이다.


<브라가(Braga  3,360) 직전의 스투파(석탑)>

한적한 마을 브라가를 지나니 마낭.  마낭은 이 곳 마낭 계곡에서 제일 큰 마을로 우리로 치면 읍 소재지 같은 곳이다.  마을 인구 약 700.  마을 좌,우로 황량한 산이 솟아있고 마을 가운데는 광장도 있다.  그늘진 북사면에는 설선이 마을 위까지 내려와 있다.

코 흘리개 아이들이 다 들어가는 작은 소리로 나마스테? 펜? 스위트 ? 한다.  이 곳엔 그런 물건들이 매우 귀하므로 손 쉽게 트렉커들에게 달라고하는 것이다.  네팔 입국서류 뒷면에 보면 이러한 구걸행위에 절대 응하지 말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이 아이들 눈을 보면 그게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단, 사탕, 쵸콜렛등은 문제다.  이 곳 아이들은 이 닦는 것을 모르는데 트렉커가 주는 단 것을 먹고 이가 상한다.  문제는 치과 병원이 돈을 문제삼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4,5일 넘게 걸어 나가야 있다는 것이다.


<마낭 마을 북쪽의 산. 가운데 바위 아래 흰 점이 절(프라킹 곰파)이다>
 

 2002년 11월 11일 마낭(3,540) 휴식  맑음, 흐림

<좌 부터 강가푸르나, 안나3, 안나4, 안나2, 람중히말>

오늘은 고소적응을 위하여 이 곳에서 휴식이다.  이미 고도가 3,500이나되니 아무렇지 않아도 이 곳에서 하루를 보내라는 것이 권장사항이다.  고소적응을 위하여 휴식을 취할 때에도 잠깐이나마 고도를 이삼백 올렸다 내려오면 도움이 된다기에 마을 앞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절까지 올라갔다 내려오기로 한다.  고도는 마을에서 약 300.  거칠 것이 없는 곳이라 바람이 무척 세다.  바람에 흙이 날린다.  가시나무가 듬성듬성 할 뿐 나무는 없다.  작은 절(프라킹 곰파)에는 86세인 할아버지 스님과 85세인 할머니 스님이 살고 계신다.  두 분 부부인 듯.  나를 탁자 앞에 무릎 꿇으라 하고 토롱 라를 무사히 넘으라는 축원을 해 주신다.  찻 물을 내 손 바닥에 받아서 조금은 마시고 내 머리에 바르라한다. 과거 나 같이 축원을 받았던 사람들이 기념으로 붙여놓고 간 사진이 제단 위,아래에 가득하다.  나 역시 허락을 얻고 지니고 있던 사진 하나를 제단 오른쪽 아래에 붙여 놓는다.  변변히 바람막이도 없는 산 꼭대기.  그 추운곳에서 어떻게 사시는지.  가장 가까운 이웃이 저 아래 까마득히 보이는 마낭 마을이다.
<프라킹 곰파에서 내려다 본 마낭 마을>

마을 축제가 있다기에 광장으로 나가 보았다.  당나귀 경주다.  이웃 마을에서 모인 당나귀가 수 십두는 된다.  광장 한 구석에 대기하고 있다가 어떤이의 신호로 광장 끝까지 질주한다.  달리다가 나귀에서 떨어지는 이, 달리는 도중 나귀가 말을 안 들어서 애를 쓰는 이, 모두들 즐거워한다.
마을에는 작지만 영화관도 있다.  20 - 50 루피.  네팔 영화 인도 영화를 주로 상영한다고.  어제 당나귀에 가슴을 채여 다친 현지인 남자는 결국 오늘 저 세상으로 갔다는 소식이다.

<마낭의 마을 축제>

맑았던 날씨가 오후가 되면서 꾸물거리고 춥다.  식사를 마친 후 식당에서는 구멍뚫린 15리터 깡통에 나무숯을 넣어 식탁보를 늘어뜨린 식탁 아래에 넣어준다.  목은 매케하고 골치는 띵하지만 하체가 따뜻하니 살 것 같다.  카바 씌운 1리터짜리 물병에 뜨거운 물을 받아 침낭 발치에다 넣고 잠을 청한다.


<마낭의 티벳식 가옥 구조>


<해 질녁의 마나슬루>
 

 2002년 11월 12일 마낭(Manang  3,540) - 레티다르(Letdar  4,200)   08:15 - 12:40  흐림, 눈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다.  날씨가 흐리니 더욱 추위가 옷 속으로 파고든다.  숙소를 나와 올드 마낭 마을을 지나는데 향나무 향이 가득하다.  집 앞 마당에, 동네 입구 마당에 향나무를 태워서 연기를 내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있는 티벳 불교의 의식이다.
이제껏 따르던 마르상디 강은 이 곳에서 두 곳으로 갈린다.  자르상 강(Jharsang Khola)은 우리가 갈 페디(Phedi) 방향으로 캉사르 강(Khangsar Khola)은 서 쪽으로 방향을 틀어 틸리쵸 봉 쪽으로 그 머리를 튼다.

<출루(Chulu) 연봉들>

길가 산비탈에는 야크들이 드문드문 나 있는 키 낮은 관목을 뜯고 있다.  주로 검정색이고 크기는 우리 토종 누렁이만 한데 뿔이 위협적으로 길고 날카로우며 꼬리 길이는 짧은데 털만 길다.  성질은 우리 누렁이보다 사나운 듯 이 곳 사람들도 가끔 그 뿔에 받혀서 다치거나 죽는 수도 있단다.

<산 비탈의 야크들>

야크 카르카 못 미처 차를 마시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국 아줌마 둘이 애기들 넷을 데리고 올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둘은 친구인데 이렇게 뜻이 맞아 남편들에게 집 보라하고 애기들 몽땅 데리고 무작정 네팔로 날아 왔다가 안나푸르나가 좋다기에 예까지 왔단다.  마낭에서 그 들은 나를 보았다고.  네팔 사람같아서 말을 못 부쳤다고.  이런 고연 사람.  눈 어두운 서양인들이 내게 가끔 Are you Nepali ? 하긴 했지만서두.  하여간 반갑다. 25일을 잡고 아주 천천히 안나푸르나 라운드를 돌고 있단다.  대단한 한국 여자들.


<레티다르의 롯지>

12:40 레티다르.  일찌감치 롯지를 잡았다.  마낭에서 거리는 얼마되지 않으나 고도는 660 이나 올렸으므로.  그런데 심각한 일 발생.  아침부터 꾸물거리던 하늘에서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서울에서라면 첫 눈이랍시고 행복해 했을 터이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이 곳에서 한 자이면 저 위에서는 두 자라고.  부랴부랴 가이드 왕추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철수계획 - 오던 길 되 돌아가기 -을 검토한다.  이 곳에 눈이 오면 피상까지 온다고 봐야하니 그 곳까지 이틀, 피상에서 출발점인 베시사하르까지는 뛰어서 또 이틀, 거기다 카트만두까지 또 하루, 총 5일이면 카트만두로 복귀할 수 있다.  오늘이 11월 12일.  출국 항공편이 22일 새벽이니 21일 까지는 카트만두에 도착해야 한다고 보면 이 곳에서 버틸 수 있는 날짜가 나흘이나 있다.  괜챦다.  그래도 자는 동안에라도 눈이 그쳤으면.
  

 2002년 11월 13일 레티다르(Letdar 4,200)-하이캠프(High Camp 4,660)  10:20 - 15:50  눈 후 맑음

다음날 새벽, 일은 내 뜻대로 되지를 않아서 롯지 창문을 내다보니 마당의 탁자위에 쌓인 눈이 30센티가 넘고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다.  억장 무너진다.  그러나 어찌하리오 하늘이 하는 일.




<다음날 눈 쌓인 레티다르>

아침을 먹고 모두들 하늘만 바라보고 앉아있다.  그렇게 앉아있길 몇 시간, 갑자기 하늘 한 쪽이 밝아 오더니 구름이 걷히기 시작한다.  구름 뒤에는 검푸른 히말라야의 하늘.  오 하느님 고맙습니다. 아주 비관적인 서양인 몇 사람만 빼 놓고 모두들 출발한다.  나는 가지고 있던 책을 몽땅 애기 엄마들에게 주고 작별 인사를 한다.  하이 캠프(4,660)로.


<눈 덮힌 산>

강렬한 햇볕.  기온은 영하인데 내려 쬐는 해, 반사되는 햇살에 옷이 뜨겁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설맹은 둘째치고 선글래스가 없으면 눈이 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다.  새로 산 선글래스는 잘 맞지를 않아서 양쪽 귀 뒤가 아프다.  레티다르를 떠나 길은 두 갈래인데 빠른 길은 낙석이 심하고 안전한 길은 오르내림이 심하여 한 시간이 더 걸린다.  우리는 안전한 길을 간다.  눈은 점점 더 깊어지고 가파른 길에서 미끌어져 넘어지기를 몇 번인가.


<눈 덮인 마을>

토롱 페디(Thorong Phedi)의 베이스 캠프 롯지에서 점심.  따가운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다. 모처럼 아늑한 실내에서의 긴 휴식.  우리가 따르던 자르상江도 페디까지 뿐이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오르막 험한 길이다.  저 앞의 능선만 올라서면 되겠지를 수도 없이 되뇌이며 산비탈 넓은 곳에 자리잡은 하이 캠프 롯지에 도착한다. 눈은 어김없이 두 자가 넘는다.  기압이 평지의 반 쯤 되는 듯, 가져 온 라면 봉지가 잔뜩 부풀어 터질 듯 하다.  뜨거운 물을 받아 발치에 넣고 잠을 청한다.
침낭 안에서 몸을 뒤척이는 것도 숨이 찬다.  자다가 무슨 이유로 호흡이 고르지 못해지면 화들짝 놀라서 잠을 깨 심호흡으로 고르고 다시 잠을 청한다.  아하 질식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이 캠프(4,660)에서 빵빵한 라면 봉지.  한 개는 그 다음날 보니 터졌다>
 

 2002년 11월 14일 하이 캠프(4,660) - 토롱 라(5,416) - 묵티나트(3,800) 05:50 - 14:00  맑음

하이 캠프 롯지는 부근의 소수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으므로 카메라 밧데리 충전이 된다.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새벽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05:50 서둘러 떠난다.

<카퉁 캉(Khatung Kang 6,484)>

이곳 고지에서는 아침 10시경부터 바람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불어대기 시작하므로 그 전에 토롱 라를 넘어야한다.  하늘은 맑고 기온은 영하 10도, 눈은 무릎을 넘는다.  천천히 내미는 발 한 발마다 들숨 날숨.  잘못하여 한 번 호흡을 빼 먹으면 그대로 숨이 끊어질 듯.  양 스틱에 몸을 기대고 심호흡으로 가다듬은 후 다시 박자 맞추어 시작한다.  나는 그래도 나은 편.  어떤 이는 한 번 흐트러진 호흡을 잡는데 1-2분이 걸린다고 한다.  하얀 눈 나라를 죽을 둥 살 둥 오른다.  고도를 750여 올려야하니 우이동에서 백운대 정상까지와 맞먹는다.  눈 속에서, 거친 숨은 팔, 등, 다리를 오그라들게 하는데.


<토롱 라 고개위(5,416)의 티 하우스)

09:00 마침내 그렇게 애태우던 토롱 라-아니 토롱 라에 있는 티 하우스와 룽다(깃발)가 보인다.  남은 힘을 쥐어짜서 올라간다.  이미 올라와 있는 사람들, 뒤 이어 올라오는 사람들, 인종, 나이를 불문코 서로를 축하한다.  눈물이 글썽한 서양 노인네.  고소증에도 여기까지 올라 온 독일 아줌마도 울음을 터뜨린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지난 열흘, 아니 과거 몇 년을 기다렸던 그 순간을 맞는다. 내 가이드와 포터도 이것이 경력에 들어가므로 따로따로 사진을 찍어준다.  눈 덮인 토롱 라, 남쪽 카퉁 캉(6,484)과 야카와 캉(6,482) 사이의 안부.  밋밋하고 넓은 고개는 말 그대로 雪國이다.






<가이드 왕추와 포터 쟝부>

저 멀리 남쪽으로는 대장벽(Great Barrier)이, 서쪽 멀리로는 무스탕(Mustang)의 설산들이 보인다.


<무스탕의 설산들>

이제 서둘러 하산이다.  묵티나트(Muktinath 3,800)까지는 1,600을 내려가야 한다.  엄청난 내리막. 눈 속에 아이젠이 없다니.  말만 믿고 안 가져 온 나를 원망해야지.  엄청난 눈길 비탈이라 한 걸음 한 걸음이 힘이 든다. 잘 못 미끄러지면 저 아래 계곡으로 처박힐 것이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힘을 준 왼쪽 허벅지 근육이 늘어났는지 통증이 온다.  자, 몇 시간만 버티자.  어쨌든 몇 시간 후면 저 멀리 평화롭게 보이는 평지에 닿을 것이다.  도중에 유일한 티 하우스에서 감자와 사과를 먹는다.
사과는 우리것 보다 작지만 맛은 기가 막힌다.  올라오는 길에는 사과가 없었고 이제 내려가는 길에는 올라올 때 있었던 귤이 없다.  너무 힘이들어 엉덩이 봅슬레이도 생각해 보지만 눈 덮힌 급경사에 제동을 걸 방법이 없으니 그것도 생각뿐이다.  미끌어지고 넘어지기를 수 십번 드디어 눈이 잦아든다.  그런데 이번에는 땅이 질어 미끌어지기 시작한다.


<묵티나트의 밥 말리 호텔>

묵티나트.  순례자의 땅.  불교와 힌두교가 만나는 곳.  내리 쪼이는 햇볕.  고개를 넘었다는 성취감에 그 동안 참았던 알콜성 음료를 찾는다.  내 가이드, 포터.  그리고 그 동안 함께했던 사람들 모두 긴장감에서 풀려 내가 술 사겠다는 제의에 기꺼이 동참한다.  놀랍게도 스타보르그(네팔産) 산 미구엘(필리핀産) 병 맥주가 있다.  한 병에 150루피, 우리 돈으로 2,550원.  좋다 10병.  강렬한 히말라야의 오후 햇살을 받으며 오늘 토롱 라를 넘은 사람들 각기 편한 자세로 각자 오늘 아침 일을 곱씹으며.

 2002년 11월 15일 묵티나트(Muktinath 3,800) - 마르파(Marpha 2,670)  08:10 - 16:00  맑음

자, 이제부터는 편안한 마음으로 하산이다.  쌀쌀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묵티나트를 나오자 작은 마을이 연이어 나온다.  이 곳에서도 향나무를 사르는 냄새가 은은하다.  어제 토롱 라에서 묵티나트까지 1,600을 내려왔고 오늘도 마르파까지 1,100을 내려간다.
아담한 마을 자르콧(Jhakot).  집 지붕 위에 야크가 올라갔나했더니 머리만 야크 머리이고 몸체는 짚으로 만든 조형물이라고.  자매로 보이는 처녀 둘이 자기집 담장에 걸터앉아 사과를 권한다.  얼굴이 너무 좋아서 처음으로 현지인 사진을 찍을량으로 양해를 구하자 한 아가씨는 도망을 가고 한 아가씨만 수줍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한다.  사과를 5개나 먹었다.


<자르콧(Jharkot) 집 담장에 올라앉아 사과를 파는 아가씨. 지붕 위에 야크>

카그베니 분기점.  무스탕에서 흘러 내려오는 칼리 간다키(Kali Gandaki)강과 만나는 곳.  이제 부터는 트렉킹 종착점인 베니(Beni) 까지 이 강을 따라 내려간다.  멀리 북쪽에는 무스탕의 사막같은 산들이 보이고 그 넘어는 티벳 땅이다


<카그베니(Kagbeni 2,800) 분기점에서 본 무스탕 계곡>

지금이 갈수기이고 이 곳 강은 유역이 대단히 넓기 때문에 대부분 강바닥 길을 걷는다.  산허리 길도 저쪽 올라올 때의 길과는 달리 넓직한 길이다.  네팔 정부가 칼리 간다키 강을 따라 무스탕을 넘어 티벳으로 찻길 �뎬� 공사를 하고 있기에 상당 부분이 차가 다닐 정도로 넓다.  


<가운데 좌측 틸리쵸(Tilicho 7,134), 우측 닐기리(Nilgiri) 연봉들

이 곳 개들은 이 곳 사람들을 닮아서인지 엄청나게 순하다.  도대체 짓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문간에 누어 자는 놈을 넘어가도 그대로 잔다.



좀솜(Jomsom 2,710)은 비행장이 있는 곳이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에서.  비행기는 아침 10시 이전에 내리고 뜨고를 마쳐야한다.  바람 때문이다.  외국인 항공료는 내국인의 3 배다.  단, 자리가 없을 경우 내국인을 밀어내고 외국인에게 자리를 내 준다고 한다.
토롱 라 저쪽에 비해 이쪽은 많이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마을이 크고 전기가 들어오는 곳이 많다. 따라서 사람들의 표정이 약간 거칠 게 느껴진다.  실제로 마을엔 건달같은 젊은이들도 있다.


<좀솜(Jomsom  2,710)의 비행장 앞>


<마르파 직전의 강변, 바람에 나무가 옆으로 누었다>

<마르파(Marpha) 마을 가운데 절(곰파)이 있다>
 

<곰파에서 본 마르파의 집들>

마르파의 집들 역시 테벳식의 가옥구조를 하고 있다.  지붕의 가장자리를 따라 마른 장작을 둘러 쌓아 놓았는데 땔 나무는 아니고 그저 부의 상징으로 쌓아놓는다고.  딸이 시집 깔 때는 저 장작이 중요한 혼수란다.
 

 2002년 11월 16일 마르파(Marpha  2,670) - 가사(Ghasa  2,010)  08:10 - 17:30  맑음

왕추 말이 라디오 뉴스에서 간 밤에 마오이스트(Maoist=네팔의 반정부 급진주의자)들이 어디에선가 네팔 육군 병영을 공격하여 군인들이 많이 죽었다고 한다.  네팔은 2년전인가 당시 왕의 측근이 왕과 그 일가를 살해하는 큰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 죽은 왕의 동생이 왕좌에 오르자 마오이스트들은 공개적으로 현 정부에 反하는 성명을 내고 아예 들어 내 놓고 반정부 테러를 벌이고 있다.  이야기에 의하면 네팔의 작은 마을 중 60퍼센트가 야간에는 마오이스트의 천지가 된다고 한다.  이 곳 경찰이 휴대하는 무기가 내가 보기에 1930년대 한 발씩 장전하는 소총이라 왜 그렇냐고 물었더니 왕추 왈 경찰한테 좋은 무기를 주면 그 다음날로 마오이스트에게 빼앗긴다고, 그래서 아주 구식의 무기같지도 않은 무기를 지급한다고.  위 아래로 인도, 중국에 치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울 터인데 내분까지 극심하니 매우 안 됐다.


<마을 사람들의 교통수단>

투쿠체.  모리스 에르족이 1950년에 안나푸르나 원정대 본부를 차린 곳.  마을 초입에 있는 그 곳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넓은 잔디 밭.  마을의 오래된 롯지 주인에게 물어보니 잘 모르겠단다.  그런데 작년 웬 프랑스 할아버지가 작은 흑백사진을 들고 와서는 내가 묻는 것과 똑 같은 질문을 했고 그래서 그 곳으로 안내를 했다고 한다.

<투쿠체(Tukuche  2,590) 마을 입구의 광장>

라르중(Larjung) 마을은 앞산이 닐기리이고 뒷산이 다울라기리이다.  8,000미터 정상 부근의 눈 바람이 아름답다.

<라르중 마을에서 본 다울라기리 (맨 우측)>

<라르중 마을의 강변>


<좌로부터 닐기리 North(7,061), Center(6,940), South(6,839)>


<가운데 좌 안나1(8,091), 우 Fang(7,547), 맨 우측 안나 South(7,219)>

가사 마을 초입 뜰에 꽃이 예쁘고 낮트막한 건물이 예뻐서 이 롯지에 들기로 한다.  Florida Guest House.  실로 오랫만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니 몸이 날아갈 것 같다.  마당에 닭들이 있기에 내 가이드와 포터에게 먹일 생각으로 두 마리를 잡았다.  한 마리에 400루피 (\6,800).  비싼 편은 아니다.  사료가 있을 리 없는 곳 완전 토종닭이다.

저녁 7시 이미 사방은 깜깜한데 롯지 식당으로 웬 키 작은 동양인 아가씨가 뛰어 들어온다.  나를 보자 대뜸 한국말로 "한국 사람이시죠 ?".  집은 천호동인데 가이드 겸 포터 한 명을 데리고 혼자 안나푸르나 라운드를 돌고 있다.  볼이 죄 트고 얼굴 껍질을 벗고 있다.  마침 닭 백숙이 식탁 위에 오르니 손님 대접이 그런대로 되었다.  32세 처녀.  레티다르에서 고소증 때문에 포기 할까 하다가 이틀을 쉰 후 좋아져서 넘어왔단다.
 

2002년 11월 17일 가사(Ghasa 2,010) - 따또파니(Tatopani  1,190)  08:10 - 14:00  맑음

가사를 떠나면서부터 오르내리는 끝없는 당나귀의 행렬속이다.   당나귀들 때문에 가던 길을 멈추고 이들이 통과하기를 한없이 기다린다.  무거운 짐을 등으로 나르는 포터들.  무게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 건축용 목재, 함석판도 모두 사람 등짐으로 나른다.  길이가 너무 긴 물건이 마을길을 통과할 때는 옆걸음이다.




<꽃이 예쁜 마을 �B체파니(Kopchepani)>


<안나푸르나 South(7,219)>

따또(=뜨거운) 파니(=물).  길 아래 강가에 온천이 있다.  노천에 시멘트로 큰 욕조를 만들어 놓고 10 루피를 받는다.  이 곳 주민들과 약간의 서양인들이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수영복이 없는 우리는 그냥 부러워하기만 한다.  길은 이곳에서 두 갈래로 갈라져 왼쪽 길은 고레파니(Ghorepani), 푼힐(Poon Hill)을 거쳐 나이야풀(Nya Pul)로 나가고 우리가 갈 오른쪽 길은 갈레스오어(Galeswor)를 거쳐 트렉킹 종착지인 베니(Beni)로 나간다.

트렉킹 마지막 밤을 따또파니에서 맞는다.  그간 같이 움직였던 서양 트렉커들, 그들과 함께한 가이드들 그리고 어제 가사에서 만났던 한국 아가씨도 모두 호텔 뒷마당에 모여앉아 맥주 한잔에 이야기 꽃을 피운다.  이 겁없는 한국 아가씨는 안나푸르나를 끝 낸 후 혼자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티벳으로 들어갈 예정이란다.  남아있는 의약품, 고추장, 멸치 등등 모두를 아가씨에게 인계한다.  여행 무사히 끝내길 바라면서.
 

2002년  11월 18일 따또파니(Tatopani 1,190) - 갈레스오어(Galeswor 1,170) 07:00 - 13:20  맑음

고도가 낮으니 이곳은 아열대 지방.  열대 과수가 보인다.


<길가의 바나나 나무>

길 공사로 발파하는 곳이 있어서 능선 꼭대기로 삼,사백 고도를 우회한다.  마지막 시련인가.


<학교 운동장>

갈레스오어.   이곳에서 베니까지 약 한시간 거리인데 택시가 있단다.  피곤도 하고 차가 다닌다니 그 먼지 또한 굉장할 것 같아 택시를 탄다.  잠깐 졸다보니 베니(Beni)다.  트렉킹 종착지.  포카라 가는 버스가 있는 곳.  버스 종점 전화 가게에서 트렉킹을 끝내면서 이제야 처음으로 카트만두에 전화를 한다.  서울에는 아무일이 없는 듯 안부만 물어 왔단다.

이렇게 안나푸르나 라운드를 마친다.  그 간 수고해 준 가이드 왕추와 포터 쟝부에게 또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언제 다시 만나리오.    끝